아침 기온이 영하1도까지 내려갔다는데도, 우리집 가지는 아직 된서리 맞기 전 (11월 초), 드센 기운이 성성했답니다. 너무도 기특하게 끝까지 충성하고 있는 가지들이 대단해요. 장해요!
어른들이 가을 가지가 더 맛있다 그러셨는데, 하이디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먹어보니 가을가지가 더 달더라고요. 여름 한창 때의 가지는 폭신한 질감으로 튀겨먹기 제격이라면, 가을 가지는 전통적인 가지 나물에 최적회된, 식감은 좀 단단하고 단맛은 훨씬 더 높아진 맛이랍니다.
이날이 11/5 이었어요 - 텃밭마트 장바구니를 보여드릴께요. 전에는 텃밭 야채들 내가 키운 거라 예쁘고, 공짜라서 좋구나 했는데, 요즘처럼 야채값이 어딜 가나 천정부지인 시절에는 모든 게 참 값진 먹거리네요!
다음날 추워진다 해서, 서리맞을까봐 호박 2개, 가지 10개, 방울토마토와 토마토, 그리고 몇 개의 표고버섯을 따왔어요.
요기까지 자랑 좀 했고요. 가지 나물을 시작할께요. 이것들이 금년도 마지막 가지 수확물인 것 같아요. (서리내린 후로도 좀 땄지만, 제대로 크지 못했고요.)
크고 작은 가지가 11개나 되네요. 다 하면 너무 많고요. 5개 정도만 적당한 길이와 두께 (길이 6-7센티, 두께 1 센티)로 썰어서 일단 찜판 위에서 스팀에 쪘어요.
가지 찌는 시간은 가지의 양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물이 끓어 뚜껑에 김이 서린 때부터 대략 4-5분 정도 찌면 좋아요.
너무 오래 찌면, 나중에 물기 꼭 짤 때 가지가 다 뭉그러질 수 있으니까, 시간을 타이머 맞춰놓고 요리하는 것이 좋아요.
가지가 폭 쪄져서 보랏물이 살짝 나와있는 모습이에요. 지금은 뜨거우니까 그대로 식혀서 만질만 할 때 꼭 짜주면 됩니다.
너무 익히면 짜는 과정에서 손의 힘을 못이기고 가지가 뭉개질 수 있으니 힘조절 잘 해야합니다. 하하
조금 덜 익혔어도 좋았을 걸 그랬네요. 잘 익으면 부드러워서 좋고, 조금 덜 익으면 씹히는 식감이 좋고...
양념은 마늘과 국간장, 참기름과 통깨면 충분하답니다. 조물조물 비벼주면 가지나물은 쉽게 완성이에요!
위의 사진은 고추가루 없이 무친 가지나물이고요,
아래 사진에는 똑같이 만든 가지나물에 하이디의 고추가루(내가 키운 고추를 말려서 커터기로 갈아낸 것)를 넣었어요.
조물조물 무쳐서 두 가지 가지나물이 되었어요. 고추가루의 유무(有無)만 다를 뿐인데, 먹는 사람의 입장에선 가지나물의 느낌이 많이 다른가봐요. 식구들한테 차이를 알아맞혀 보랬더니, 별스런 추측들... 이를테면 조리법의 차이, 찌는 방법이 다른 것 같다든지 - 이런 말들이 나왔어요. 호호호
2024 마지막 가지들이 맛있는 가지나물이 되었고요, 금년에는 가지모종 5개를 심었을 뿐인데, 가지를 5개월 동안 (7월~11월) 실컷 먹었고요, 너무 많을 때 썰어서 말렸더니, 말린 가지나물도 꽤 많이 있어요. 겨울에도 가지나물 생각나면 말린 가지나물로 즐겨보려고요.
요즘은 마트에서 거의 사계절 구입할 수 있는 가지지만, 가을 가지는 정말 맛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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