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집에 산다는 건, 곧 풀하고 영역싸움이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더구나 산골에서 지내다보면 풀이 정말 대단히 강하게 우리를 공격해온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ㅎㅎ 실제로 한 1년만 집을 방치해두면 풀이 집안으로 들어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에요.
키가 쑥쑥 자라는 풀도 있고, 넝쿨로 타고 올라가는 녀석들도, 클로버처럼 바닥에서 기는 아이들도 있어요.
쑥은 정말 놀라운 생명력을 가진 존재에요. 아마도 쑥하고 칡이 자생 풀 중에 대장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봄철의 쑥은 국도 끓여먹고 (된장 쑥국, 도다리 쑥국), 떡도 해 먹고 (쑥 인절미, 쑥절편, 쑥설기...), 떡에 준하는 쑥 버무리도 해먹을 수 있는 실속만점의 식재료에요.
하지만, 요즘은 아무 쑥이나 먹기 좀 꺼려지는 건,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곳이나 오염된 환경에서 자란 쑥들은 중금속이나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이런 산골(하이디네 산골)의 쑥은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쑥버무리 만들기>
쑥을 잘 손질해서 씻었어요. 비닐에 넣어 냉장 보관했던 쑥을 꺼내서 다시 씻었어요.
(쑥의 겉에 약간의 수분이 있어야 쑥버무리가 될 것 같아서요.)
씻어둔 쑥을 달아보니 300 그램이 안되었는데, 다시 씻었더니 400 그램이 넘어요. (결과를 보니, 다시 씻지 않아도 좋을 뻔.)
큰 보울에 쑥을 물기 탈탈 털어서 넣었고요,
쌀가루는 그냥 멥쌀가루면 되겠는데요, 하이디는 쑥하고 멥쌀을 방앗간에서 빻아온 쑥쌀가루가 있어서 이걸로 했어요.
커터기에서 더 곱게 갈아서 공기를 머금은 가루가 되게 했고요,
쑥 버무리는 조금 달달해야 제맛이죠! 그래서 쑥쌀가루 600 그램에 분당(가루설탕, 일반 설탕도 가능) 60 그램을 넣었어요.
소금은 쑥쌀가루에 간이 있기 때문에 생략해도 됩니다. 하이디는 한두꼬집의 소금을 넣었어요. (쑥에는 간이 없으니까요.)
설탕과 함께 갈은 쑥쌀가루를 쑥이 담긴 보울에 넣고 버물버물~~
그리고 쑥 버무리에도 맛의 포인트를 위해 썰타나 건포도를 넣어줍니다.
건포도나 대추, 밤 등은 원하는 만큼 넣으면 되겠는데요, 하이디는 건포도 60 그램을 넣었어요. (부재료가 들어가면 찌는 시간을 감안하셔야 해요.)
버물버물 쑥과 가루가 버물려졌어요. 이제 찜판 위에 면포를 놓고 이것을 올려서 스팀에 찌면 되겠죠?
푸슬푸슬 떡가루가 벌써부터 군침 돌게 합니다.
쑥버무리는 살짝만 찌면 될 것 같은데, 하이디는 25분 정도 스팀에 쪘더니 쑥이 가라앉아서 살짝 떡 같이 되었지만, 맛은 끝내줍니다.
하이디는 설익은 떡은 딱 질색이다보니, 찌는 시간이 좀 지나친 것 같기도. 다음에는 15분만 찌도록 하겠어요. ㅎㅎ
푸슬푸슬하게 잘 쪄진 쑥버무리, 오미자차 한 잔 타서 함께 먹으면 정말 끝내줍니다.
쌉사리하면서 달콤한 쑥버무리를 먹다 보니, 쌍화탕도 직접 끓여서 곁들여보고 싶은 욕심이 나네요.
쑥은 산골에서 4월부터 5월초까지는 뜯어서 약초같은 식품으로 쓰고요, 이제부터는 사정없이 텃밭과 과일나무 아래에서 제거해야 해요. 고마운 쑥,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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