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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di cooks Korean food

전통 서울식 고추장 담그는 법

by 맛의 마술사 하이디 2024.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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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의 연례행사, 고추장 담그는 날이에요. 

된장은 음력 정월이나 3월에 담그라 (울 엄마가) 하셨고요, 왜 2월에는 담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고추장은 아무 때 담가도 된답니다.  실제로 하이디가 봄에도, 가을에도 담아 봤고요, 이번에는 게으름 피우다가 이제야 담게 되었어요.

저는 엄마한테 배운 식으로 (서울식?) 전통 고추장을 담그는데요,  햇수로 꽤 된 것 같아요.  이러다가 (농담이지만) 하이디가 무형문화재 되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추장을 집에서 담그는 사람이 주변에 거의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고추장 담가 보세요.  사먹는 고추장하고는 비교 불허입니다.  일단은 찹쌀 함량에서 팍! 꺾고 들어갑니다.

 

재료만 준비하면, 고추장 담그는 건 한두 시간에 완료된답니다.  (고추장 양이 많지 않으면 한 시간 내에...)

제가 준비한 재료에요:

   - 고추가루 곱게 빻은 것: 1.2 kg 

   - 찹쌀가루: 1.8 kg

   - 개량 메주가루: 1 kg

   - 조청: 1 kg

   - 꽃소금: 800 그램 (+ 웃소금 별도)

   - 끓인 물: 4 kg 내외

 

큼직한 스텐 보울(다라이)과 기다랗고 힘좋은 대나무 주걱(1년에 한 번 사용), 그리고 고추장 담을 옹기도 준비했어요.

* 찹쌀을 불렸다가 건져서 방앗간에 가서 빻아온 거에요.  냉동 보관했던 거라 전날 실온에 내놨어요.

그 찹쌀에 끓는 물을 부어서 익반죽을 해요.

반죽하세, 반죽하세~! 

처음부터 뜨거운 물을 많이 넣으면 반죽이 질어져서 모양을 만들 수 없으니 조금씩 부어가며 만져 줍니다.  처음에 끓는 물을 부으니까, 살살 수저로 찹쌀가루와 함께 섞어서 뜨거운 걸 피해야 하는 점, 꼭 주의하세요.

이렇게 찹쌀반죽이 하나로 되었어요.  많으면 비닐에 넣거나 젖은 면포로 덮어서 마르지 않게 보관하면서 조금씩 떼어서 경단을 만들면 됩니다. 

대략 한 줌(약 120 그램?)을 떼어서 0.5~1센티 두께의 납작한 동그라미로 만들고 가운데 손가락을 넣어 구멍을 내요.  흡사 도넛 모양이지요. 

이번에는 고추가루가 양이 많지 않아서, 찹쌀 경단도 얼마 되지 않아요. 

이제 이 경단을 끓는 물에서 잘 익혀서 준비된 모든 재료와 고르게 섞으면 되는 거에요.

 

가루 재료들을 일단 절반 정도 보울에 넣었고요, 경단이 익는 대로 여기에 넣어 풀어주면 됩니다.  고추장 일꾼을 한 명 확보해 놓으면 좋아요.  혼자서 경단 삶아 내랴, 주걱으로 저으랴 하면 조금 힘이 들어요.  찹쌀떡이 뜨거울 때 저어야 잘 풀리니까요.

끓는 물에 경단을 넣으면 잠시 후 떠오르거든요.

이렇게 물 위로 떠오르면 잘 익은 거에요.  찹쌀이 충분히 익지 않으면 나중에, 고추장이 독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한다고 해요.  (무서워라)  그러니 잘 익혀서 적당히 끓인 물도 함께 보울에 넣어 저어줍니다.

요건 찹쌀 경단 익혀서 조청 뿌린 건데요, 1년에 한 번 오늘만 먹을 수 있는 특미에요.  고추장 일꾼들만 맛볼 수 있는 ... ㅋㅋ (아래 사진)

경단과 끓인 물을 조금씩 넣어서 이렇게 믹스믹스 합니다.

남은 재료들 모두 투입하고, 경단도 삶은 물까지 모두 투입하고, 잘 혼합해서 고른 페이스트가 되게 만들었요.

단, 물의 양은 원하는 고추장의 점도를 감안해서 조절해야 해요.  무조건 다 넣는 것보다는 분량을 생각하면서 넣어요.

저는 냄비에 들어간 물의 양을 대략 알고 있으므로, 다 넣었어요.  혹시 물이 더 필요할 지 몰라서 포트에 물을 끓여 놓았다가, 필요한 만큼 더 부었어요.

고추장이 얼마 안남아서, 곧 (아마도 3-4개월 후) 먹어야 할 것을 감안해서 조금 찹찹하게 점도를 맞추었어요.  더 묽게 할 때도 있어요. (가을에는 좀 묽게 해도 괜찮아요.  겨울 지내면서 수분이 적어질 테고, 기온이 낮으니까 ㅎㅎ)

 

새끼 손가락 끝에 고추장 묻혀서 맛도 보세요.  처음에는 그 맛을 잘 모르니까 여기에 있는 분량에 대략 맞추시면 될 거에요. (시판 고추장보다 지금 맛봤을 때 "조금 더 짜다, 덜 달다" 싶으면, 잘 된 것 같아요!)

이 정도로 고추장 담그기를 완성했어요.  하루 두었다가, 다음 날 소독해 둔 옹기 단지에 넣었어요.

(고추장 넣을 단지는 냄비에 물을 끓이면서 그 위에 단지를 엎어서 증기로 40분 정도 소독했어요.  예전에 사둔 '김올라'라는 판이 냄비와 옹기 사이에 중간 역할을 해 줍니다.)

단지가 꽉 차야 볕이 들어가고, 팡이는 덜 끼겠지요.  고추장이 조금만 (한 대접만) 많았으면 좋겠다 싶지만, 이 정도면 만족입니다. 

약간의 웃소금을 뿌리고, 투명한 공기 통하는 뚜껑을 덮어 놓으면 되겠지요.

하이디는 밖에 두면 혹시라도 안좋은 일 있을까봐 (여기는 온갖 동물들도 있고... ㅋㅋㅋ), 그냥 거실 창가 볕 잘드는 곳에 뚜껑 덮지 않고 둔답니다.  세상에... 꽃보다 더 예쁘고 귀한 나의 고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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