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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중구 중림동 재개발 진행 중: 하이디의 생가

by 맛의 마술사 하이디 202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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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서울 중구 중림동에 있는 하이디의 생가, 전통 서울식 한옥이에요. 

북촌이나 그런 데처럼 보존된 전통가옥이나 마을은 아니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지으셨고, 우리 아버지의 아장아장 걸어다니던 발자국이 대들보에 남아 있다는 추억의 한옥집이에요.

부엌은 안방보다 반층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어요.  부엌 위쪽에는 다락이 있어서 할아버지께서 곶감이나 그런 걸 꺼내주시곤 했지요.  오른쪽 커튼이 보이는 거 자리가 할아버지 앉아계시던 아랫목이었어요.

이번 여름 장마가 오기 전에, 물이 새던 지붕 아래 처마 부분을 수리하셨다고 합니다.  위 사진이 대청 마루에요.  전통 서울 한옥집은 북향으로 지었다고 하는데요, 한 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지내고 계신데요, 겨울에는 아무래도 좀 춥다고 합니다.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안방이, 오른쪽으로 건너방이 있어요. (건너방에서 하이디가 태어났다지요!)

마루에 걸린 거울은 옛날식 두꺼운 목재 프레임이 그대로 살아있고요 (우리 어렸을 적 할머니댁 기억도 그대로), 숙모님께서 거울유리만 교체하셨다고 해요.  유리가 평탄하지 않으면 상이 지글지글 울어서 보기가 불편하잖아요.

 

저 마루 앞 마당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옛날 기념사진도 있었고, 설날에 세배하러 왔던 우리들의 어릴 적 사진도... 추억의 한 페이지에 있답니다.

천정을 올려다 보니, 통나무로 골조가 되어 있고 사이사이는 시멘트로 지탱한 게 아닐까 싶어요.  (건축 문외한 ㅋㅋㅋ)

울아버지가 생전에 그리신 유화도 (삼촌의 소장품) 벽에 걸려 있고요,

중구청장이 인증한 1994년 중구 토박이 가정 확인증(목판)이 걸려 있네요.  우리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부터 (그 이전은 몰라요) 이 동네에 사셨거든요. 

 

그런데, 이 일대가 재개발된다고 요즘 들썩들썩해요.  어쩌면 하이디의 생가를 더 이상 볼 수 없을지 몰라서 사진과 함께 기념하려고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추억이 가득한 곳인데, 삼촌과 숙모 가정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고택과도 조만간 이별을 하게 되겠지요.  삼촌은 이 집에서 태어나서 얼마 전에 여기서 돌아가셨고, 숙모님은 이 집으로 시집와서 여태 이사 한번 안가고 오래된 집이지만 고치고 고쳐서 살고 계신답니다.

 

도시 한가운데에 너무 오래된 가옥들과 좁은 골목들, 주차장은 당연히 없고 차가 들어갈 수조차 없는 조악한 접근성... 재개발은 불가피해보이지만, 여태껏 (1935년 건축) 있어 온 할머니댁 (우리는 할먼네라 불렀지요)이 없어진다는 서운함은 그저 하이디의 낭만에 불과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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