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울 엄마는 늘 토란국을 끓여 주셨어요. 깨끗이 손질한 토란을 맑은 쇠고기 국물에 넣고 끓인 토란국은 아직도 이맘 때가 되면 생각나는데, 이제 엄마는 요리를 하지 못하세요.
그래서 하이디가 매년 봄에 토란을 심고, 가을에는 잘 자란 토란을 땅에서 수확해서 엄니에게 토란국을 맛보여 드리고 있어요. 추석이라 하면 지금도 토란국하고 송편을 만들어 먹는 명절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엄마를 위해서.
토란은 열대성 식물이라서 동남아시아에서는 연못가에 물에 잠긴 채로 많이 자라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어요.
우리 나라에서도 잘 자라는데, 물이 많고도 햇볕도 잘드는 환경을 좋아합니다.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22t2989a
토란에 관한 자료(원산지, 특징, 조리법, 음식궁합, 재배 등)는 위에 링크한 다음백과를 참고하세요.
예년에는 추석 무렵 토란을 캐면, "좀 더 키워서 수확할 걸 너무 아쉽다" 그랬었기 때문에, 올 추석에는 제일 큰 포기 하나만 캐려고 합니다. 엄니께 토란국을 맛보여 드려야 하니 더는 미룰 수 없었어요.
토란 한 포기를 캐기로 하고 주변을 파보았더니, 정말 땅(토)에서 계란(란)이 나오는 듯 알토란이 보이네요.
땅 위의 줄기와 잎은 칼로 잘라냈어요. 이것들은 잘 닦아서 껍질 벗기고 10 센티 길이, 1 센티 두께 정도로 잘라서 말리면 육개장에서 제 몫을 다할 토란대 나물이 된답니다.
토란대를 잘라내고 나서 주변을 파서 (호미로는 어림 없어요. 삽으로 팠어요), 하나의 덩어리로 뭉친 토란 뿌리를 파냈어요. (위 사진) 이렇게 보면 토란이 그닥 얼마 안되는 것 같지만, 땅에 던져도 보고 손으로 떼어내 보면, 왜 알토란이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야무진 알토란이 1.5 내지 2 kg은 될 것 같아요. (실은 봄에 모종 3개를 사다 심었고요, 씨 토란이 다 썩었길래 (...) 감자밭에 버렸는데, 그것들이 싹이 나서 밭의 구석에 옮겨 놓은 것들이 8 포기는 되거든요. 모종 사다 심은 중 한 포기에서 이렇게 토란이 나왔다는 점...)
살살 씻어서 흙을 털어냈어요.
이제, 토란 껍질을 벗겨야죠? 이걸 그대로 감자 껍질벗기듯 칼로 까다가는 지쳐 떨어질 거에요.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고요, 맨손으로 했다가는 손이 가려워서 몇일 잠을 못잘 수도 있어요. 토란 껍질에는 알러지를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합니다. 팔팔 끓는 물에 토란이 잠기도록 넣고,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할 때 불을 끄고 건졌어요.
찬물에 씻지 않아도, 뜨겁지만 않도록 식혀서 따뜻할 때 껍질을 벗겨주면, 껍질이 얇게 잘 벗겨져서 그리 어렵지 않아요.
토란은 호화(녹말이 익는 과정)가 빠르기 때문에 너무 오래 끓이면 토란이 다 익어버릴 수도 있으니, 분량에 따라 다르지만 1-2분 안에 건져주세요. 하이디는 2분 정도 있다가 건졌어요.
껍질이 쉽게 분리되는 거 보이시죠? 그리고 살짝 데쳐낸 후에는 맨손으로 만져도 손이 가렵거나 빨개지지 않아요.
(이 방법을 알기 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
껍질 벗긴 알토란들이 사랑스럽지요?
깎으면서 붙어있던 껍질 부스러기 등이 있으니 맑은 물에 한두번 살살 씻어내어 건졌어요.
추석에 엄니 갖다드렸는데도(250 그램 정도), 손질한 토란이 800 그램이 되네요!
이렇게 손질해서 껍질 벗긴 토란은 냉장고에 두고 몇 일간은 보관이 가능한데요, 양이 많다면 한 번 먹을 만큼씩 비닐백에 넣어서 냉동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답니다. 물론 햇토란 바로 손질해서 먹는 그 맛과 식감은 따라올 수 없지만요.
이제 이걸로 하이디는 부지런히 토란 요리를 해 먹어야겠어요. 기대하시라~~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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