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던 늙은 호박을 드디어 잡았어요. ㅎㅎ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늙은 호박 본 김에 하이디가 쑥설기를 만들었어요.
1. 쑥설기 만들기
호박이 아주 단단하게 잘 익지 않았네요. 약 3 밀리 정도 두께로 썰어서 (말리지 않은 호박을) 떡에 넣을 거에요.
* 쑥쌀가루: 알프스에 쑥이 한참 싹터서 올라올 때 (4월~5월초) 쑥을 밑둥에서 끊어서 깨끗이 다듬어, 씻고 데친 걸 꼭 짜서, 불린 쌀과 함께 방앗간에 가서 빻아다 놨지요. 이걸 냉동해 두었다가, 먹고 싶을 때 해동해서 송편도 하고, 쑥개떡도 만들고, 오늘처럼 쑥설기도 만든답니다.
* 알밤은 가을에 뒷산에서 주워온 것을 삶아서 껍질 벗겨 조금씩 얼려 보관해두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크랜베리나 건포도, 검은콩이나 강낭콩도 쑥설기의 좋은 재료가 되지요. 울 엄니는 흑설탕을 1 ts 정도씩 뭉치게 해서 건포도 대신 떡에 넣으시곤 했어요.
* 쑥가루를 잘 해동해서, 포슬포슬하게 갈아주면 더 좋지만, 오늘은 손으로 대충 부슬부슬하게 했네요. ㅎㅎ
소량(쑥가루 600 그램 정도) 냄비에 찔 거라서 쉽게 했어요. 냄비에 물을 3 센티 깊이로 넣고, 찜판을 놓고 면포를 적셔 깔았어요. 다이소에서 구입한 면포는 너무 커서, 거즈 손수건을 깔아줬어요. 그 위에 떡가루를 한 켜 놓았어요.
떡가루에는 약간의 수분이 포함되어 있어야지, 너무 건조한 가루는 떡이 잘 안됩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방앗간에 가서 "물내려주세요"하면 적당한 양의 물을 쌀가루에 넣고 방앗간 직원이 체에 내려 주셨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의 쑥가루는 어느 정도 촉촉해서 그냥 해도 될 것 같아요.
* 떡가루 위에 늙은 호박 썰은 것, 알밤, 크랜베리를 골고루 올려 놓고, 다시 쌀가루, 다시 호박, 알밤, 크랜베리... 이렇게 세 층 정도를 올렸어요. (총 높이 7 센티쯤?)
히야아~ !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쪄낸 쑥설기...
아무 날도 아니지만, 친구가 찾아와서 떡찐 날, 양초에 불붙이고 괜히 파티 기분 냈잖아요! 하하
떡 쪄서 티타임을 즐겼던 추억의 한 페이지가 남았어요. 떡이 맛있어서, 저녁밥을 많이 남겼다는 웃픈 기억도.. ㅋㅋ
2. 호박고지 말리기
그런데, 그냥 늙은 호박으로 떡을 쪘더니 당도와 식감이 호박고지(호박을 말린 것)만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맷돌 호박을 적당한 두께(5 밀리미터)로 썰어서 말렸어요. 이 맷돌호박은 우리 텃밭에서 온 건데, 단단하고 속이 주황색으로 잘 익었어요.
가정용 건조기에 층층으로 올려서 말렸답니다. 말린 시간은 10시간 정도, 아니면 그 이상?
잘 말려서 지퍼백에 넣었어요. 이렇게 해서 냉동하면 1년 이상이라도 보관이 됩니다.
요렇게 불려서 말입니다.
* 요렇게 찰밥에 알밤과 같이 넣어도 좋고요, 위의 방법과 같이 설기 찔 때 사용하면 좋아요. 설기 찔 때는 호박고지를 달달한 설탕물에 불리면 더 맛있답니다.
가을이 되면, 시골에는 늙은 호박이 흔해요. 이웃집에서 주시기도 하고, 우리 텃밭에서 가져오기도 하고.
풍성한 맷돌호박을 이렇게 떡으로 밥으로 즐겨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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